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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7 한겨례 휴심정] 너무도 외로웠던 순간 기사를 twitter로 보내기 기사를 facebook으로 보내기 2019.05.10


촛불둘레2-.jpg» 첫날 세미나를 끝내며 촛불 둘레에 엎드린 참석자들과 스태프들. 사진 삶의예술학교 제공

 

바람 앞에 촛불이 흔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왜 바람도 없는 실내에서마저, 이 안온한 공간에서조차 마음의 촛불은 흔들릴까. 그 뜻모를 불안과 아픔의 근원을 찾아들어가는 여행이 시작되었다.
 지난 3~5일 삶의예술학교가 진행하는 2박3일의 삶의예술 세미나였다. 경기도 남양주 축령산 자락 원불교오덕훈련원을 빌려 진행된 이 세미나의 핵심은 ‘시간여행’이다. 봄꽃이 만발한 이 아름다운 시공간을 떠나 가장 외롭고, 힘들었던 순간을 향해 떠나는 여행이다. 어린이날에, 어버이날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꽃잔치와 환호성과는 다른 슬프고도 아픈 어린시절로 돌아가는 여정이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아픈 개인사를 헤집는 ‘다크투어’를 떠나는 것은 아니다. 처음엔 화병을 원으로 둘러싸고, 장미 꽃 한송이를 자기 앞으로 가져온 뒤, ‘최고 아름다웠던 한순간’을 떠올리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그처럼 아름다운 것마저 과거는 때론 가슴 한켠을 콕 찔렀다. 50대 남자 참가자는 ‘자신이 두세살 때 몸이 아팠을 때 도회지의 병원으로 데려간 아버지가 아픈 아이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서커스장에 데려갔던 일’을  ‘가장 아름다운 순간’으로 언급하며 눈물을 훔쳤다.
 첫날 오후 본격적인 시간여행이 시작됐다. 촛불 둘레에 원으로 앉은 11명의 참석자들에게 세미나의 총감독격인 삶의예술학교 유진박 대표(64)가 질문을 던졌다.
 “언제, 어떤 서로움, 외로움의 순간이 있었나요?”
 “일찍이 가슴을 닫아야 했던 어느 순간이 있었나요?”
 “‘세상을, 사람들을 신뢰할 수 없어’, ‘나는 혼자야’라고 마음 먹게 됐던 순간이 언제였나요?”

 

둘러서2-.JPG» 삶과예술세미나에서 원으로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참석자들


 침묵이 이어졌다. 그러나 내면엔 파문이 이미 일렁이기 시작했다. 질문은 고요한 호수에 던진 돌팔매였다. 쭈볏쭈볏하던 참석자들 사이에서 한 여성이 나섰다. 아직도 이 지구에 땅을 딛고 있지않은 것 같다는, 즉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다는 40대 여성이었다. 그가 치매에 걸려 누워있는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버지는 10살 때 부모를 여의고 홀로 되어 천애고아가 되었다고 했다. 아무도 의지할데 없는 어린 아이가 살아야했던 세상, 수없는 좌절과 실패 속에서 커온 아버지의 상실을 말하며 그는 목놓아 울었다. 그는 실패투성이인 아버지를 미워했지만, 그 아버지의 심중으로 들어가면서 아버지를 대신한 통한의 아픔을 토해냈다. 그는 아버지를 멀리하려했지만, 이미 아버지의 무력감이 자신의 무의식 속에 깊게 박혀있었다는 것을, 자신은 아버지의 다른 모습이었다는 것을 그 통곡이 말해주었다. 유진과 미국인 부인 마샤 보글린이 깊은 한 숨을 토해내며 공명했다. 그러자 다른 참석자들이 원 안으로 들어와 그를 안아주었다. 그의 가슴이 울음으로 진동할 때마다 포옹한 이들도 함께 진동했다. 그러자 여기 저기에서 화장지를 꺼내 눈물을 닦았다. 그 공감이 동토처럼 얼어붙은 마음을 풀리게 한 것을까. 그는 한번도 내놓지못한 화해의 말을 꺼냈다. 
 “아빠, 그 험한 세상을 사느라 얼마나 힘드셨어요”

 

원5-.JPG» 삶의예술세미나를 끝니면서 스태프들이 참석자들을 둘러싸고 곪아터진 상처를 위로하며 축복해주는 모습


 애증으로 얽힌 부모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그가 대신 해준 때문이었을까. 그의 말에 주위 사람들이 신음하며 눈물을 터트렸다. 그는 “아빠는 비난이 아니라 칭찬을 받을 자격이 있다”면서 아빠를 위로했다. 그의 시간여행에 유달리 공감하며 눈물을 쏟았던 한 남자가 다음 고백에 나섰다. 대기업에 다니는 40대 후반의 그가 꺼낸 것도 ‘아버지’였다. 그는 “초등학교만 나왔던 아버지는 누구와도 대화할줄을 모르고, 사람들과의 대면을 피했다”고 했다. ‘명절 때 가족과 친척들이 모여서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눌 때도 아버지만은 그 자리를 피해서 일만하곤 했다’는 것이다. 그는 “한번도 아버지와 대화를 해본 적도 칭찬도 위로도 공감도 받아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과 좀체 어울릴줄 모르고 홀로 일만할줄 알았던 아버지같은 답답하고 고독하고 불행한 삶을 살지않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런데 ‘몇년 전 자신을 돌아보니, 자신도 오직 아내와 자식들을 위해 헌신만 하지, 아무 행복도 모른체 일만 하며 살아가는 또 다른 아버지의 모습을 자신에게서 발견했다’며 눈물을 쏟았다. 깊은 외로움이 느껴지는 그의 등을 유진·마샤 부부와 스태프들 뿐 아니라 모두가 안아주었다. ‘당신은 더 이상 외롭지 않다’고 말해주는 포옹이었다.

 

유진마샤2-.JPG» 삶의예술세미나를 이끄는 유진박과 마샤 부부


 많은 눈물을 흘린 뒤 그는 자신감이 없어서 그렇게 살아가던 아버지를 증오가 아닌 연민의 마음으로 대하기 시작했다. 그 뒤 세미나의 새로운 장이 펼쳐질 때마다 마술처럼 변해가는 그의 표정과 공감력이 모두의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는 2박3일의 세미나를 마친 뒤 “내 약한 모습을 드러내면 안된다는 강박관념 속에 살며 공감도 마비돼 가족이 자살했을 때도 눈물이 나오지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시간여행 뒤 자신의 외로움과 약점을 스스럼 없이 고백하고, 타인의 아픔에도 누구보다도 깊게 공명하고 위로하는 공감자로 변해있었다.
 ‘시간 여행’은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틀째 ‘존재를 드러내는 힘을 키우는’장이 펼쳐졌다. 살면서 ‘예스’해야할 것을 ‘예스’를 해야하고, ‘노우’할 것은 ‘노우’해야했지만 그렇지 못한 게 대부분의 삶이었다. 때로는 부모와 교사의 권위에 눌려서, 혹은 폭력의 위압 때문이나 먹고사니즘 때문이기도 했다. 유진이 시연을 보였고, 자발적 신청자가 앞에 나서 자신이 해보고 싶던 둘 중 하나를 꺼내 외쳐보는 것이다.

 

허그1-.JPG» 삶과예술세미나에서 타인이 꺼낸 상처에도 함께 공명하며 울어주었던 참석자들이 서로 허그를 하면서 위로하고 축복하고 있다.


 이번엔 40대 초반의 여성이 나섰다. ‘번아웃’돼 최근 직장을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는 이였다. 그는 ‘싫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노우’를 변형한 것이었다. 유진이 선창하면 따라하는 식이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체력이 너무나 약해서 늘 아팠지만, 부모는 자식이 죽는지 사는지 건강상태엔 무관심한체 오직 공부만 강요했다고 한다. 목표 성취만을 최우선시 때론 당근을 주고, 때론 채찍을 휘두르던 부모에게 아이로 돌아가 ‘싫어’를 외치는 것이었다. 처음에 작은 목소리로 ‘싫어, 싫어’를 하던 그는 무의식적 상처를 건드린 유진의 날카로운 선창으로 젖먹던 힘까지 다해 ‘싫어’, ‘싫어’를 외쳤다. 그의 외침이 점차 울음으로 변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 꾀병이 아니라 정말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가야했는데도 엄마 아빠가 하나가 되어 결석하면 안된다고 무조건 학교에 데려다주고 가버렸다”며 펑펑 울었다. 그는 욕망을 위해 끝없이 밀어붙이기만했던 부모에게 저항다운 저항 한번 못해보고 부모가 원하는 ‘스카이’에 진학하고, 부모가 원하는 직장에 갔지만, 결국 번아웃되고만 절망감을 토해내다가 쓰러졌다.

 

단체2-.JPG» 2박3일 삶의예술 세미나를 마치고 봄꽃처럼 화사해진 참석자들과 스태프들


 유진과 마샤는 상처의 화농이 터져 고름이 터져나오는 이들을 껴안고 위로해주었다. 유진은 “한국은 유달리 아픔의 역사를 겪은 부모 세대의 트라우마가 현세대로 고스란히 전해져 상처가 깊고 자존감이 너무도 많이 훼손된 상태여서 심리적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샤는 따스한 미소를 담아서 “우리가 비록 지구에서 온갖 상처를 입었지만 본래는 이미 온전한 존재였다”면서 “사랑과 진리와 생명의 존재들인 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 사랑을, 진리와 생명을 드러내기 위해 왔다”고 위로했다.
 이 세미나를 창시한 유진박은 9살에 브라질로 이민을 떠나 4년뒤 캐나다로 이주해 성장한 뒤 미국의 영성공동체 에미서리에 가담해 지도자가 됐다. 그는 부인 마샤와 함께 2007년 영구귀국해 주로 제주도에서 활동하다 지난해부터 서울 등 수도권에서 삶의예술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세미나는 이번 첫단계를 비롯해 4단계까지 심화과정들이 있다. www.aolschool.org


조현 기자


원문보기  http://well.hani.co.kr/958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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